독일인이 영국에 세운 세계 최초의 통신사를 가다
런던 여행 3일차,
둔필 일행의 이날 미션은 사진전이 아닌 세계 최고(最高)의 통신사 방문이었습니다.
로이터 통신,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톰슨 로이터 통신사입니다.
지난 2007년 캐나다의 금융정보·미디어업체인 톰슨 코퍼레이션이 영국 로이터통신을 172억달러(약 15조8천900억원)에 인수하며 이름이 바뀌게 된 거죠.
이미 방문이 예고돼 있는데도 경비가 철통이더군요. 모두 프레스카드를 냈음에도 사진을 찍은 후 새 방문증을 발급받고서야 출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총본부는 아니고 영국전역을 커버하는 로이터 런던 지국이었습니다. 마르티네즈 사진부장이 “웰컴”을 외치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이 통신사는 독일인 로이터가 1851년 영국에 귀화하여 런던에 설립한 세계적인 통신사입니다.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로이터는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를 만나게 되죠.
당시 가우스는 전신에 관한 실험에 열중이었는데 이 실험이 장차 뉴스보급의 수단이 됩니다.
로이터의 첫 번째 특종은 1859년 나폴레옹 3세의 연설 원문을 런던으로 전송한 것인데 이탈리아의 피에몬테에서 벌어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간의 전쟁을 예고한 연설문이었죠.
아무튼 로이터는 통신사업을 통한 뉴스 타전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1871년에 작센코부르크고타 공작에게서 남작의 작위를 받았으며 뒤에 영국에서도 남작 특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1878년 로이터 통신사의 사장직에서 은퇴했습니다.
현재 런던 지국 사진부원은 총 15명입니다. 7명의 스텝 사진기자와 5명의 풀타임 프리랜서, 3명의 데스크로 구성되어있었습니다.
방문 목적은 ‘멀티미디어 시대의 생존 전략’에 대한 논의였는데 이 주제는 5분 만에 쫑이 났습니다.
마르티네즈 부장 왈 “우리가 망해서 톰슨씨한테 팔렸는데 뭘 알겠는감유, 비법 있으면 알려주구 가유~~”였습니다.
영국 언론의 멀티미디어 환경, 그 속에서의 사진과 사진기자의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부장은 영국의 언론 환경에 대해 잠깐 소개하더니 무선전송시스템을 꺼내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엥? 이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로이터가 처음으로 선보인 시스템인데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온 줄 아나?’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면 기반의 신문사에선 그리 어울리는 장비는 아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개,폐막식에서 둔필도 써보았다고 했더니 뻘쭘해 하더군요. ~~
잠시 망설이던 마부장은 이내 비장의 무기를 꺼냈습니다.
오~~ 지성 박!!!
유수의 통신사인 로이터 사무실에서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이렌 비슷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갑자기 표정이 변한 마부장이 잠시 양해를 구한 후 밖으로 나갔다 오더니 빅뉴스를 알려줬습니다.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가 예비신부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을 발표한 것이었습니다.(그날이 11월16일이었습니다)
세 명의 사진기자를 왕실로 보냈다더군요.
시간도 다 됐고 핫이슈에 모두가 정신이 없어 잠시 로이터 지국 내부를 둘러본 후 안녕을 고했습니다.
아, 물론 기념사진은 필수죠.~~
그나저나 연말연시 바쁨을 핑계로 도진 게으름병이 다시 전신으로 퍼졌습니다.
백약이 무효한 것 같은데 이걸 어쩌죠?
런던, 파리 사진전 소개도 산처럼 쌓였는데 말입니다. ^^;;;
혹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금요일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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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사진은 IT이자 과학이었다
브라이튼 비엔날레 소개에 이어 런던 시내 갤러리 탐방이 이어집니다.
첫 번째는 템즈 강변에 위치한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입니다.
주인공은 동영상 시대의 태동을 낳은 영국의 에드워드 머이브릿지(EADWEARD MUYBRIDGE) 사진전입니다.
머이브릿지는 19세기 세계의 문화를 바꾼 개척자이자 사진 혁명가입니다.
EADWEARD MUYBRIDGE(1830~1904)
세계 공용의 프레스카드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았습니다.
입장료가 자그마치 15파운드(2만7천원)였습니다.
그가 110여 년 전 시도한 ‘움직임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면 영화를 비롯한 동영상은 물론 둔필의 스포츠 사진 순간포착도 존재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1803년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머이브릿지.
사진전을 보며 곳곳에 드러난 그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세미티와 샌프란시스코 사진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역시 압권은 ‘달리는 말’ 사진이었죠.
그의 실험정신과 움직임에 대한 노력 하나 하나는 당시의 IT(information technology) 였습니다.
1879년 미국에서 귀족출신의 호사가들은 ‘말이 아무리 잘 달려도 네 발이 동시에 공중에 뜰 수는 없다, 아니다, 있다’를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화가들이 그린, 앞다리와 뒷다리를 쫙 펼치며 공중을 나는 말 그림이 단초가 되었죠.
육안으로는 증명을 할 수 없으니 머이브릿지에게 사진으로 증명을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당시의 카메라나 필름의 수준은 원시적인 상태나 다름없었는데 글쎄 이 과학자가 ‘대단한 도전’에 나선 겁니다.
세상을 발칵 뒤집은 이 사진은 인류를 새로운 세계에 들여놓습니다.
이때 나온 말이 바로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닐까요.
앞다리와 뒷다리가 모아지는 순간, 정확하게 말의 네 발이 공중에 뜬 순간을 포착한 겁니다.
워낙 유명한 사진이라 처음에는 큰 감흥은 없었는데 바로 다음 코너에 이어지는 사진을 보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이 달리는 세트장과 24대의 카메라가 늘어선 진열대.
아, 당시의 열악한 장비로 이런 실험에 나서다니.....
카메라는 나무로 된 셔터임이 분명하고 필름의 형태는 질산은을 입힌 한 장짜리로 짐작되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하이스피드로 담았는지....
스물 네 명이 머이브릿지 명령에 따라 각각 시간에 맞춰 셔터를 잡아당겼을 텐데 얼마나 많은 실패과정을 겪었을까요.
아무튼 이후 머이브릿지는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전념을 다합니다.
모든 움직임을 앞과 옆과 뒤에서 담기 시작했죠.
움직임을 통해 근육의 변화 등을 과학적 탐구로 분석한 머이브릿지는 이후 대상을 동물로 옮기고 그 분야는 점차 풍경, 생태, 의학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획을 그은 Animal Locomotion은 아직도 후대에 귀감이 되는 교본으로 남아있습니다.
둔필이 초당 10컷의 연사를 누르며 세계의 스포츠 현장을 누비는데 있어 배후가 된 머이브릿지 형님께 잠깐이나마 고개 숙여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음... 그리고 머이브릿지 형님 작품을 보며 느낀 건데 둔필 부류의 후배들을 위해 선물을 남긴 것 같더라고요. ^^;;;
실험에 임하는 거의 모든 이들을 전라(全裸)로 벗겼다능.,...
장난기도 있었는지 심지어는 전라의 여인에게 뜨거운 물을 뿌리는 실험을 했는데 여기서 완전 뿜었다니까요.
한 컷 한 컥이 다 각각의 카메라로 담은 겁니다.~~
지난 포스팅 때 Zanele Muholi 작품에서 음모 부분을 모자이크로 처리했더니 일부 댓글에 ‘작품 훼손....ㅠㅠ’이 달렸던데 110여 년 전에 발표된 이 사진들은 19금에 걸려 다시 경고를 먹더라도 원작 그대로 소개합니다.~~
연말연시에 비상이 걸려 본의 아니게 ‘잠수여행’을 즐겼습니다. ^^;;;
아직도 진행 중이고요.
인사드려야할 이웃님들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ㅠㅠ
좀 늦었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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