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사진은 IT이자 과학이었다
브라이튼 비엔날레 소개에 이어 런던 시내 갤러리 탐방이 이어집니다.
첫 번째는 템즈 강변에 위치한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입니다.
주인공은 동영상 시대의 태동을 낳은 영국의 에드워드 머이브릿지(EADWEARD MUYBRIDGE) 사진전입니다.
머이브릿지는 19세기 세계의 문화를 바꾼 개척자이자 사진 혁명가입니다.
EADWEARD MUYBRIDGE(1830~1904)
세계 공용의 프레스카드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았습니다.
입장료가 자그마치 15파운드(2만7천원)였습니다.
그가 110여 년 전 시도한 ‘움직임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면 영화를 비롯한 동영상은 물론 둔필의 스포츠 사진 순간포착도 존재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1803년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머이브릿지.
사진전을 보며 곳곳에 드러난 그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세미티와 샌프란시스코 사진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역시 압권은 ‘달리는 말’ 사진이었죠.
그의 실험정신과 움직임에 대한 노력 하나 하나는 당시의 IT(information technology) 였습니다.
1879년 미국에서 귀족출신의 호사가들은 ‘말이 아무리 잘 달려도 네 발이 동시에 공중에 뜰 수는 없다, 아니다, 있다’를 놓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화가들이 그린, 앞다리와 뒷다리를 쫙 펼치며 공중을 나는 말 그림이 단초가 되었죠.
육안으로는 증명을 할 수 없으니 머이브릿지에게 사진으로 증명을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당시의 카메라나 필름의 수준은 원시적인 상태나 다름없었는데 글쎄 이 과학자가 ‘대단한 도전’에 나선 겁니다.
세상을 발칵 뒤집은 이 사진은 인류를 새로운 세계에 들여놓습니다.
이때 나온 말이 바로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닐까요.
앞다리와 뒷다리가 모아지는 순간, 정확하게 말의 네 발이 공중에 뜬 순간을 포착한 겁니다.
워낙 유명한 사진이라 처음에는 큰 감흥은 없었는데 바로 다음 코너에 이어지는 사진을 보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이 달리는 세트장과 24대의 카메라가 늘어선 진열대.
아, 당시의 열악한 장비로 이런 실험에 나서다니.....
카메라는 나무로 된 셔터임이 분명하고 필름의 형태는 질산은을 입힌 한 장짜리로 짐작되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하이스피드로 담았는지....
스물 네 명이 머이브릿지 명령에 따라 각각 시간에 맞춰 셔터를 잡아당겼을 텐데 얼마나 많은 실패과정을 겪었을까요.
아무튼 이후 머이브릿지는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전념을 다합니다.
모든 움직임을 앞과 옆과 뒤에서 담기 시작했죠.
움직임을 통해 근육의 변화 등을 과학적 탐구로 분석한 머이브릿지는 이후 대상을 동물로 옮기고 그 분야는 점차 풍경, 생태, 의학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획을 그은 Animal Locomotion은 아직도 후대에 귀감이 되는 교본으로 남아있습니다.
둔필이 초당 10컷의 연사를 누르며 세계의 스포츠 현장을 누비는데 있어 배후가 된 머이브릿지 형님께 잠깐이나마 고개 숙여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음... 그리고 머이브릿지 형님 작품을 보며 느낀 건데 둔필 부류의 후배들을 위해 선물을 남긴 것 같더라고요. ^^;;;
실험에 임하는 거의 모든 이들을 전라(全裸)로 벗겼다능.,...
장난기도 있었는지 심지어는 전라의 여인에게 뜨거운 물을 뿌리는 실험을 했는데 여기서 완전 뿜었다니까요.
한 컷 한 컥이 다 각각의 카메라로 담은 겁니다.~~
지난 포스팅 때 Zanele Muholi 작품에서 음모 부분을 모자이크로 처리했더니 일부 댓글에 ‘작품 훼손....ㅠㅠ’이 달렸던데 110여 년 전에 발표된 이 사진들은 19금에 걸려 다시 경고를 먹더라도 원작 그대로 소개합니다.~~
연말연시에 비상이 걸려 본의 아니게 ‘잠수여행’을 즐겼습니다. ^^;;;
아직도 진행 중이고요.
인사드려야할 이웃님들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ㅠㅠ
좀 늦었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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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질주에 연말이 후딱
한때 1일 1포스팅을 지향하던 둔필이 블로깅을 10일 이상 폐업했습니다. ㅠㅠ
‘아름다운 질주’를 하느라 아니 돕느라 말입니다.
각종 연말결산에 송년회에 안 그래도 바쁜 시기인데 갑자기 매혹적인 기획안이 둔필에게 날아들었습니다.
가작- 무한질주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본부에서 2010년 사진전을 사진기자들의 경연장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죠.
경정, 경륜 사진전은 매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사진기자들이 가끔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사진들이 비슷한데다가 전문 사냥꾼들이 이름만 바꿔서 출품하는 경향이 있다더군요. 아무래도 상금 규모도 크다보니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대상- 혼신을 다해
처음엔 좀 망설였습니다.
일단 공지하고 촬영하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은상- 바퀴 속 접전
게다가 스포츠지들은 대상 경정과 경륜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지만 종합지에서는 속칭 ‘까는 기사’ 건이 아니면 경륜장이나 경정장은 쉽게 발걸음을 하는 곳이 아니었죠.
가작- 또 하나의 눈으로 바라본 경기장
일단 동료들 의견을 물었습니다.
상금에 혹했는지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표하더군요.
‘그래. 까짓 거 해보자.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동료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겠지’
동상- 결승선을 향해 한줄기 빛처럼
긍정적인 의미를 찾자면 경륜과 경정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사행성 조장보다는 건전한 레저문화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는....
2010년은 빅 스포츠 이벤트가 많았던 해입니다.
동계올림픽,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숨가뿐 한 해였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만든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종합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한 메달리스트들의 연금을 지원하는 곳이 바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니까요.
가작- 날개 달린 경정보트
아무튼 처음에는 별 움직임이 없던 동료들이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경쟁이 불붙더군요.
대상 300만원에 금상 200만원, 은상 100만원 등 입선작을 제외한 가작까지의 상금 규모만 해도 1,500만원에 달하니 당연한 현상인가요? ^^
단지 아쉬운 건 둔필이 실질적인 심사위원장 역할을 맡아 상금은 언감생심이었다능...ㅠㅠ
금상- 결승점을 향해
사진전은 예상 외 호응으로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습니다.
가작- 꿈을 향해 달리는 그림자
장장 여섯 시간의 심사 끝에 주인공들이 가려졌고 지난 19일(일요일) 광명 스피드돔에서 시상식과 함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은상- 구름 위의 산책
은상은 지난 프로야구 골든포토(양준혁) 사진을 찍은 카메라톡스님이 차지해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을 거머쥐었습니다.(아, 속 쓰려~~)
이날 행사는 본래 한국사진기자협회장이 인사말과 시상을 맡기로 했으나 그날 급작스럽게 터진 연평도 관련 풀취재 조정 때문에 프레스센터에서 꼼짝달싹할 수가 없어 둔필에게 S.O.S를 쳤습니다.(동기만 아니었으면 걍 ...!!!)
그것도 시상식 한 시간 반 전에 말입니다.
부랴부랴 스피드돔으로 달려가 대타 역할을 완수했습니다.
암튼 별 행사 아닌 것 같으면서도 협의서 작성에 취재 독촉에 심사에 시상식 준비 등에 정신이 없어 본의 아니게 한동안 블로그 폐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연말이라 처리해야할 일들이 좀 남아있어 당분간은 이웃님들 탐방도 소홀할 것 같습니다.
에잉, 연말은 빨리 휙~~ 가야죠.
이웃님들과의 송년회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해 바뀌기 전에 잠시 짬이라도 나면 가까운 지역에 계시는 분들과 ‘벙개’라도~~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성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 잘 돌보시길 바랍니다.~~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수상을 한 동료들이 제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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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과 세계 평화를 논했던 금강산 1박2일
기약 없는 이별에 금강산이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13개월 만에 이루어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있네요.
2박3일은 60년의 긴 세월을 풀기엔 너무 야속한 숫자입니다.
정말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남북간 흥정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3년 전 둔필이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도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해 해금강 삼일포에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2007년 10월21일이었죠.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세계 대학생 평화사절단의 금강산 방문 행사가 동시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둔필은 세계의 미녀 대학생을 맡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통신사 후배들이 담당했죠.
세계 평화를 주제로 토론 중인 미녀사절단
월드미스유니버시티(WMU) 선발대회는 1986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 평화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서 지·덕·체를 겸비한 세계 대학생 평화봉사사절단을 뽑는 대회입니다.
제20회 월드미스유니버시티(WMU)가 한국에서 펼쳐졌는데 각국 대표들이 그해 10월 21~22일 이틀간 금강산을 찾아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분단국가의 현실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평화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직접 지켜본 후 북한 수재민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여는 등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옥류관에서 냉면을 맛보는 월드미스유니버시티
가을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금강산에서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사절단의 행사라 북한도 상당히 우호적이었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둔필도 한국 대표 신정원과 찰칵!!
보스톤칼리지 재학 중이던 신정원. 아마 민속의상상을 받은 것 같아요.~~
평화 기념식수 행사와 온정각에서 열린 바자회는 북새통을 이루었죠.
그때 심은 기념 식수. 지금은 많이 자랐겠네요.
각국 대표 후보들의 소장품을 판매하는 바자회에서 북한 관계자들도 많은 기념품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온정각 바자회
다른 일정 때문에 짧았던 시간이 아쉬웠지만 수익금이 총 840달러에 달했습니다.
맨 왼쪽이 2007년 챔피언.
지(智)인 독일의 알렉산드라 플레미크
이 수익금은 당시 김영현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상무)을 통해 북측 수재민에게 전달됐습니다.
평화사절단의 금강산 관광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더 뜻 깊었던 이유는 불과 20일 전인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10.4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기 때문이었죠.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7년 만에 이루어진 만남이었습니다.
훈훈한 화해무드 속에 이어가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08년 북한 초병의 한국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남북간에 문제만 생기면 중단되는 이산가족 상봉.
그때마다 70만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들은 대기표만 쥔 채 가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립니다.
60년 째 진행 중인 이산가족 상봉.
이제 아무 조건 없이 정례회 시킬 수 없을까요.
사진공동취재단
눈물샘도 다 말랐을 것 같은 노인의 눈에서 펑펑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보니 둔필 가슴 한쪽도 싸해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여전히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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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블로거들의 취중토크
참으로 행복했던 가을밤이었습니다.
둔필이 난다 긴다하는 수많은 연예인들과 취중토크를 했었지만 이토록 엔돌핀 섞인 웃음폭탄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연쇄적으로 터지는 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이웃 블로거들에게 ‘가을의 전설’을 추억할 수 있게 파티를 주선한 호스트는 달려라꼴찌님이었습니다.
파티의 공식타이틀은 ‘500만 돌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딱 1년 전 둔필이 500만 돌파 이벤트 때 달려라꼴찌님을 처음 만난 게 생각나더군요. 물론 그 뒤로는 주당클럽으로 변했지만요.^^;;;
암튼 알콜성 치매로 인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빼고 복기를 해봅니다.
2주일 전 달려라꼴찌님이 500만 돌파 이벤트 소식을 전해왔을 때 날짜가 10월22일임을 알고 ‘우쒸, 머야. 한국시리즈 6차전 하는 날 이잖아’하며 낙심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치르는 걸 봤을 때 한국시리즈도 길게 갈 거라 생각했죠.
프로야구 1년 농사의 마무리가 한창인데 자리를 비우고 오프모임에 참석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달려라꼴찌님한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꼴찌의 저주를 발동해 한국시리즈를 4차전이나 5차전에서 끝내게 하겠다는...
당시에는 허허 웃고 말았지만 기가 막히게 들어맞아 한국시리즈는 SK가 삼성을 셧아웃 시키며 4차전으로 끝났습니다. 대구팬들이 알면 꼴찌님 치과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둔필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22일 7시부터 열린 꼴찌님의 파티에 30분 늦게 도착해보니 이미 20명이 넘는 파블들이 자리를 빛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전 모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이미 소주병 서 너 병은 나자빠져 있을 시간인데 그윽한 조명에 은은한 클래식이 깔리는 가운데 귀족들의 모임처럼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포이동에 있는 스테이크 전문하우스 ‘더 에스 우’(02-578-9233)의 홀은 그렇게 조금은 낯설었지만 판타스틱했습니다. 샐러드바 메뉴도 기품이 넘쳤고 특히 메인 메뉴인 등심 스테이크는 최고급 육질임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블로거들의 먹성을 고려했는지 스테이크가 곱빼기로 등장해 식탐 강하기로 소문난 둔필도 해치우기 벅찼습니다.
지각 합류한 둔필이 간단히 목례로 눈인사를 나누고 창가쪽 테이블에 앉아 첫인사를 나눈 분은 바로 달콤시민님이었습니다. 경기도블로거인 달콤시민님은 살짝 대학생 필이 그것도 범생 필이 풍겼는데 휘하에 거느린 팀원들이 둔필의 열배나 되는 60명이나 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곧바로 위풍당당한 미스터브랜드님이 합류했습니다. 살짝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호인임을 드러내는 미소가 일품이었는데 잠깐 족보를 따져보니 오프모임이 아니더라도 곧 만났을 아주 가까운 관계였습니다.
바로 옆자리로 김치군님이 합류했는데 108일간(?)의 미국여행을 마치고 온 상태였습니다.
자금만 마련되면 언제든 훌쩍 떠나는 스타일임을 밝혀 많은 이들이 부러움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빈 잔에 와인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 여성분이 둔필 테이블로 오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했는데 ‘역시’였습니다.
윤뽀님. 얼마 전 못된준코님 모임 때 인기상종가를 날렸다는 윤뽀님은 총총한 눈빛으로 자체발광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개 한 번 돌릴 때마다 작렬하는 '애교3종세트'는 윤뽀님이 왜 인기가 있는지 짐작케 했습니다.
허기가 대충 채워졌을 때 ‘따거’ 보라미랑님이 다가오셨습니다.
최고 연장자인 보라미랑님은 늘 그러듯 취재열정을 과시하고 계셨죠.
이제 배 좀 찼으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미였습니다.
일어서려고 했을 땐 이미 꼴찌님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둔필이 찬조한 발렌타인 17년과 함께한 양폭(양주폭탄주)이 오와 열을 맞추고 서있더군요.
일동 건배에 앞서 호스트 꼴찌님이 인사말을 했는데 폭탄주 시음 전에 ‘말폭탄’이 터졌습니다.
이른바 꼴찌의 미국행이었습니다.
결혼 이후 온 식구가 함께한 날이 없었기에 아내가 먼저 떠난 미국으로 다현이, 서현이를 데리고 합류해 최장 2년 정도 체재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잠시 어수선했지만 가정의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달려라꼴찌’의 건승을 기원하며 “위하세”를 외치며 완샷을 했습니다.
아, 역시 알콜의 힘이란....
정확히 5분 뒤에 귀족모임은 끝이 났고 더 이상 클래식도 귓가에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둔필 분위기가 된 것입니다.^^
워낙 내로라하는 파블들 참석하는 자리라 변방블로거인 둔필이 살짝 의기소침했는데 술의 힘을 빌려 미리 준비한 전술을 드러냈습니다.
이른바 깨방정 포지셔닝입니다.
곧 깜신님이 테이블에 합류했습니다.
부잣집 막내 도련님 같은 깜신님은 우윳빛 피부에 싱그런 미소가 아침햇살을 연상케 했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꼴찌님 집을 숙소로 정한 상태였죠.
3차까지 함께한 1인이라 뒤에 다시 등장합니다.
옆 테이블엔 숀코네리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큰 눈동자를 굴리며 가을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둔필이 인사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겨 명함을 내밀었죠.
아, 바로 IT계 절대강자 러브드웹님이었습니다. 옆에는 이현세 작품에 늘 등장하는 까치 오혜성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은 껍데기님이었죠.
두 분 모두 눈빛이 범상치 않았는데 내공을 확인하기엔 참석한 블로거들이 너무 많았고 짧은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씨디맨님과는 더 아쉬움이 남네요. ㅠㅠ
대부분 참석자가 합류한 시점에 2차로 장소를 옮기게 됐습니다.
사진블로거인 둔필이 뜻 깊은 가을밤을 추억할 수 있는 기념사진을 제안했고 보라미랑님이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신비주의를 고수하지 않는 분들에 한해 참석하시라 전했는데 신비주의는 이미 한물간 전술이었는지 모두 동참하셨습니다.
3단으로 늘어서면서 둔필 머리에 떠오르는... ‘21년 동안 각 종목 국가대표팀들 선수들을 취재하며 모두 주먹 쥐고 파이팅 포즈를 요청했는데.....’
그때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을 내뱉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 모인 분들이 블로거로는 국가대표네요. 우리도 파이팅 한 번 합시다”
그래서 ‘가을의 전설’은 보라미랑님 카메라에 담길 수 있었습니다.
2차 메뉴는 삼겹살과 곱창이 준비돼 있었죠.
(꼴찌님 출혈이 만만치 않을 듯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행 항공권도 편도로 끊었다고 하더군요. ㅋㅋ)
그러나 삼겹살과 곱창은 버섯의 등장으로 완전 고개를 숙였습니다.
표고아빠님이 박스채로 가지고 온 최상급 표고버섯은 스테이크하우스에서부터 인기를 끌더니 숯불 위에 올라가자마자 웰빙 메뉴가 돼 빛을 발했습니다.
자, 다시 이어집니다.
둔필이 1차 장소인 스테이크 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오, 둔필님이시죠? 저 다음관계잡니다”하며 너스레를 떨었던 안다님.
그날 모임의 패셔니스타로 손색이 없었죠. 가을낙엽을 연상케 하는 코디에 세련된 카우보이 모자로 악센트를 준 안다님은 대화매너도 훌륭했습니다.
건강블로거들도 속속 도착했습니다.
흰소를타고님은 늘 그렇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바리톤 목소리로 주위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이어트 바이블 셀러오님은 몇 달 전 본 모습과는 완연하게 달라 둔필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전 모임에서 꼴찌님이 “개그맨 이창명과 흡사한 인물”이라 소개했는데 여성블로거님들이 대거 참석한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패셔니스타로 등장했습니다. 본인은 ‘단지 머플러 하나 둘렀을 뿐인데...’이겠지만 엘로우톤 머플러는 그를 진정 가을사나이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지각합류를 한 트레이너강님.
많은 여성 블로거님들이 스페셜이벤트로 식스팩 공개를 기대했는데 ‘공사다망한’관계로 원팩이 됐음을 밝혀 탄식을 불렀습니다.
경빈마마님은 둔필에게 요리 포스팅을 할 때 한 손으로 요리를 하면서 남은 한 손으로 똑딱이을 사용하는 비법을 전수하셨는데 깊은 내공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절친 사랑과행복님을 전화로 연결해 둔필로 하여금 실황을 중계하게 했는데 애교덩어리로 닉을 바꾼 사랑과행복님이 불참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토해 둔필도 일순 마음이 아팠습니다.
바람될래님 역시 둔필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분입니다. 투박한 똑딱이 카메라를 보여주며 포스팅에 사용하는 무기라 소개했는데 ‘바람될래님 손에 DSLR 쥐어지는 순간, 사진블로거들은 듁음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연예블로거들 자리가 역시 제일 활기가 넘쳤습니다.
너돌양님은 미모에 어울리는 똑소리로 웃음꽃을 피웠고 sksngs님과 주작님의 말빨은 김구라, 왕비호의 취중토크를 둔필의 기억에서 지우게 했습니다.
특히 주작님은 닉네임에 걸맞게 붉은봉황의 형상으로 좌중을 압도했는데 호탕한 웃음소리도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촌철살인의 화룡점정은 미자라지님 몫이었습니다.
그의 현란한 세치 혀는 주유를 농락한 공명도 탄복을 금치 못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단, 한 가지 의문점이 제기돼 잠시 소란이 일었는데 그건 미자라지님 블에 걸려있는 캐리커처와 너무나도 다른 쌩얼 때문이었죠.
분명 배용준 스타일의 캐리커처였는데 불로거들이 본 모습에선 청국장 냄새가 진동했다는 거...^^
일파만파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둔필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자라지님이 캐리커처를 그려준 아리엘툰 엘고님에게 뒷돈을 전했든가 그도 아니면 미자라지님이 아닌 동생, 또는 사촌동생 모자라지님이 대신 참석했다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입질의추억님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습니다.
낚시 분야 최강 블로거인데다 늘 부부가 함께 실황을 중계해온 터라 검게 그을린 터프가이를 기대했는데 뽀얀 피부에 귀공자 스타일이라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음,,, 실전은 실내낚시터에서 하는 건가?’ ^^
예문당님은 베이지색 바바리에서부터 문인 향을 물씬 풍겼습니다.
부부가 같이 참석했으면 좋았을 것을 애들 돌보며 집안일을 맡은 부군을 그리워하더군요.
아, 뿌쌍님 소개를 잊을 뻔했네요. 1차 스테이크 하우스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뿌쌍님.
시끄러웠던 파티가 일순 고요해졌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둔필의 눈에는 마치 요정 팅커벨로 비쳐졌으니까요.
2차 장소로 옮기며 3분 인터뷰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죠.
프랑스에서 블로그를 하며 다음에 칼럼을 연재하던 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블러거들과 교류를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서야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꼴찌님도 그렇게 알게 되어 다시 프랑스로 가기 전에 참석하게 되었다네요.
암튼 다시 한 번 꼴찌님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연애 절대고수 라라윈님 차롑니다.
일찍이 꼴찌님으로부터 미모에 어울리는 절대신공에 들은 바가 있었죠.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습니다.
수줍은 미소를 짓다가도 소주를 원샷으로 날릴 땐 영락없이 동발불패의 임청하였습니다.
부부애를 돈독히 하는 전략에 대해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려했던 둔필의 계획은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와 맞장구를 치는 터프가이들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여섯 분 미모의 여성블로거님과 함께한 가을축제는 김하늘을 비롯한 연예인들과의 취중토크보다 훨씬 다이내믹했습니다.~~
이밖에도 잔잔한 웃음과 통달한 눈빛으로 은은한 소통을 보여준 쌀점방님, 구수한 대화로 스산한 가을바람을 막아준 조범님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장 멀리서 온 용짱님을 빼 놓을 수야 없죠.
사실 둔필은 이날 1차에 얼굴만 살짝 비치고 일찍 철수를 하려고 했습니다.
불로거 모임 때마다 새벽귀가에 작취미성으로 휴일을 망쳐 마님의 지청구가 이어졌던 터라 미리 각오를 단단히 했죠.
그런데 부산에서 용짱님이 올라온다는 겁니다.
아, 이거 둔필 첫 오프모임 때 참석해 자리를 빛냈던 용짱님. 한 시간 거리도 아니고 부산에서 오는데 조기귀가는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눈치 빠른 용짱님 자리에 앉자마자 일갈을 날리더군요.
“일찍 갈 생각 하지 마삼, 오늘 다 죽는 거야요. ㅋㅋ”
그러나 호기를 부리던 용짱님도 여친 경짱님 전화 한 방에 꼬리를 살짝 내리더군요.
이번엔 둔필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경짱님 오라고 해라. 주치의가 미국으로 긴 여행 떠난다는데...’
마침내 경짱님도 2차 자리 막판에 합류했습니다.
마침 그때가 폭탄주 러브샷이 돌아가던 때였습니다. 둘이 짝을 지어 폭탄주를 먹고 달려라꼴찌님에게 건승을 기원하는 덕담을 건네는 막판 코스였죠.
피날레를 용짱-경짱 커플에 맡겼는데 ‘둘이서 처음 하는 러브샷’이라는 고백에 모두가 무릎을 쳤습니다.
이제 주인공 등장입니다.
달려라꼴찌
독립군의 손자이며 알게 모르게 베풂의 문화를 실천하는 치과의사, 따뜻한 소통으로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파워블로거, 알콩달콩한 사랑을 퍼뜨리는 행복바이러스, 술을 아는 남자.~~
달려라꼴찌님의 이번 기획은 사실 1년 전 둔필 오프모임 때 살짝 밝힌 내용입니다.
2년간 기러기 생활을 했던 둔필이 선배로서 한 조언은 ‘가능하다면 식구는 같이 지내야한다’였습니다.
최근 아내가 미국으로 먼저 떠나고 쓸쓸한 기운이 도는 것을 텔레파시로 느꼈는데 결국 ‘대단한 도전’으로 귀결이 돼 흐뭇합니다.
매일 방구석에 처박혀 ‘오타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던데 꼴찌님 성격을 아는 이웃들은 2년 후에 각종 신무기로 장착한 ‘달려라꼴찌’가 제트엔진을 탑재한 ‘날아라꼴찌’가 돼 컴백하는 장면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긴 뭐 기다릴 것도 없습니다,
그의 근면함이 시시각각 진화된 모습을 블로그를 통해 전할 테니까요.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내친김에 3차 자리도 소개합니다.
음...이날 주종은
와인, 양폭(양주폭탄주), 소주, 소폭(소주폭탄주), 맥주의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주말을 앞두고 적당한 내상을 입기에 아주 이상적인 배합이었습니다. (으으, 속쓰려~~)
마님의 2차경고가 문자로 이어진 터이라 레드카드를 두려워한 둔필은 2차에서 굿바이를 작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라미랑님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3차 노래방을 가자는 겁니다.
꼴찌님 출발일이 여유가 있었으면 별도로 송별회나 해주자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기록을 위해 동분서주한 보라미랑님 청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긴 금요일 마지막코스는 노래방이 제격이죠.~~
순 우리말을 좋아하는 선배는 3차 노래방 행을 ‘아가리질 하러 가자’라고 하는데 처음엔 생경한 단어가 주는 불쾌감이 있었지만 쓰다 보니 정감 어린 표현이더라고요.
최종 3차에 합류한 전사들은 달려라꼴찌, 보라미랑, 둔필승총, 표고아빠, 깜신, 김지한 이렇게 여섯 명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노래방이 없었던 시절에 대학을 다니던 둔필은 수많은 음치들 때문에 라이브카페에서 노래 한 자락 불러 여대생 맥주도 얻어먹곤 했는데 이날만큼은 완전 꼬리를 내렸습니다.
애주가 달려라꼴찌님이야 풍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표고아빠님의 구성진 가락은 미사리 7080카페 공연을 능가했고요. 노익장 보라미랑님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환생을 의심케 했습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건 깜신님은 닥터답게 간 회복을 위해 급실신모드로 전환해 알콜을 분해하느라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바뜨,,,,
김지한님이 대미를 장식하며 그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2009 스포츠블로거 대상에 빛나는 김지한님은 이날 참석자 중 막내로 유일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선배블로거들의 관록이 신예의 묘기 한 방에 병풍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침 그때가 ‘슈퍼스타K 2’ 우승자가 가려진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는데 존박, 허각이 왔더라면 ‘이 분들 블로그에 전념하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며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
그 큰 덩치로 뿅뿅 솟아오르며 이문세 노래를 불러 젖히는데 모두가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렇게 가을축제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에 달려라꼴찌님이 미국에 가서는 술을 끊겠다는 금주 선언을 거듭 밝혔는데요.
음,,,이미 수차례 금주, 금연 시도가 여반장(如反掌)이 된 것을 목격한 둔필은 쉽게 믿을 수 없습니다.
그냥 절주 전략으로 가라고 조언했는데 두고 볼 일입니다. 미국 맥주 가격이 워낙 저렴한데다가 종류가 많아 유혹이 만만치 않습니다.~~
둔필이 鈍筆로 기록한 가을의 전설, 오히려 망치지 않았나 걱정입니다만 뜻 깊은 이벤트를 마련한 달려라꼴찌님에게 다시 감사드리며 그의 무운장구를 빌어봅니다.
이제 하루 남았네요.
날아라 꼴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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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으로 변신한 누드 앵커들-
첫 단추를 잘못 꿴 그네들의 고단한 삶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일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걸그룹 네이키드걸스의 쇼케이스를 보고 둔필의 입에선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쇼의 주인공들은 바로 1년 전 둔필이 취재했던 누드앵커들이었습니다.
원대한 꿈을 안고 대단한 도전에 임했다가 10여일 만에 파국을 맞아 눈물지었던 그녀들이었습니다.
잠깐 1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2009년 7월23일 누드앵커들이 진행하는 네이키드 뉴스가 출범 1주일 만에 26만 명의 회원가입과 단순방문 100만 돌파로 인터넷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워낙 Hot한 뉴스라 둔필도 그녀들을 만나기 위해 구로동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스튜디오 문을 여는 순간, 헉소리와 함께 둔필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매끈한 몸매의 미녀 앵커들이 속옷차림으로 한손엔 대본을 든 채 중얼거리며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남자 스태프들도 늘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눈길도 주지 않고 조명기계와 카메라를 세팅하느라 정신없더군요. 잠시 후 9명의 앵커 중 방송이 끝난 세 명의 앵커와 스튜디오 한 구석에서 인터뷰가 시작됐습니다.
이 중 두 명이 바로 네이키드 걸스의 한민경(가운데), 이세연(오른쪽)입니다.
둔필이 어떤 포즈가 좋겠냐고 먼저 물었더니 “우리들은 뉴스 앵커다. 어덜트 버전은 누드로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 인터뷰는 정장으로 가겠다”며 재킷 옷깃을 여몄습니다.
한민경(당시 26세)은 의류소매업을 운영하다가 사정이 생겨 잠시 쉬고 있다가 앵커 모집 소식을 듣고 발을 내딛게 됐다고 합니다. 식구들을 생각하면 누드로 진행하는 어덜트 버전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려운 집안경제를 돌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심하게 됐고 발음과 발성을 가다듬기 위해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었죠.
이세연(23)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대단한 도전’을 결심한 후 <헤드라인 뉴스> <네이키드 모터쇼> <썸싱 뉴스> 등을 진행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9명의 앵커들 상황이 다 비슷하더군요. 모두가 어려운 결정을 내렸고 의혹의 시선을 받으며 뛰어들었습니다.
혹독한 방송준비 과정을 겪으며 대부분이 남친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왕 이리 된 거 모두 올인하자며 각오를 새롭게 했는데 이때 청천벽력이 떨어졌습니다.
네이키드뉴스는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극비리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앵커 9명을 포함해 제작진과 관련업체의 임금을 2~3개월 치 가량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둔필이 스튜디오를 방문한 지 사흘 후에 촬영은 전면 중단됐고 회사 관계자들은 종적을 감춘 희대의 사기극이 되고 말았습니다.
앵커들은 노동청 신고와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을 본 날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기자회견에서 흐느끼며 호소한 절규.
“부모와 가족, 친구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힘없는 피해자인 여성과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네이키드 뉴스와 끝까지 싸우겠다”
그러나 경찰 수사착수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은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습니다.
딱 1년 만에 당시 주인공들 중 세 명이 네이키드걸스로 데뷔했지만 반갑기보다 씁쓸한 마음이 앞섭니다.
생존을 위한 콘셉트이겠지만 신음소리와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알몸 퍼포먼스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요?
네티즌들의 호된 질타에 소속사는 ‘라이브 공연활동을 주로 할 계획’이라 밝혔는데 결국 나이트클럽 전전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민속의 최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녀들의 사진을 보면 더욱 쨘합니다.
시간이 나더라도 쉬이 집에라도 갈 수 있을까요?
친지들에게 덕담 고민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명절은 피할 듯싶네요.
행여 이런 일에 ‘미당(未堂)의 국화’를 꺼냈다가 돌팔매 맞을 수 있겠지만 ...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그네들이 흘리는 눈물이 자꾸만 오버랩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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